겨울에 만난 중국 하이난|천애해각과 온천에서 남은 오래된 추억

 

중국이라고 하면 추운 겨울과 넓은 대륙을 먼저 떠올리던 시절, 하이난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상당히 특별했습니다.

1999년 12월 말, 한겨울에 하이난으로 향했습니다. 출발했던 곳은 날씨가 무척 추웠습니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훨씬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항에서 두꺼운 겨울옷은 배웅 나온 분에게 맡겼습니다. 가볍게 걸칠 코트 하나만 챙겨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실제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야자수가 보이고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같은 중국 안에서도 겨울 풍경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하이난은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따뜻한 기후와 해변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섬 남쪽의 싼야는 바다와 휴양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지금도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입니다

1. 한겨울에 만난 야자수와 하이난의 따뜻한 풍경

추운 지역에서 출발해 하이난에 도착하면 같은 계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풍경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야자수였습니다. 겨울옷을 입은 채 열대 분위기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습니다.

현지에서 코코넛도 처음 마셔봤습니다. 한 사람에게 하나씩 나왔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제 입맛에는 썩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야자수 아래에서 코코넛을 마셔보는 경험 자체가 당시에는 무척 새로웠습니다.

저녁 식사 때는 지금도 이름을 모르는 특이한 음식도 맛봤습니다. 크기가 작고 여러 색깔이 도는 음식이었는데 정확히 어떤 고기였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생김새가 낯설어 망설였지만 먹어보니 상당히 쫄깃했고 생각보다 맛도 좋았습니다.

여행을 다녀보면 유명한 음식의 이름보다 처음 보고 처음 맛본 순간의 느낌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2. 물이 인상적이었던 온천과 싼야 천애해각

하이난 여행은 바다만 보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이동 중 들렀던 온천과 싼야의 해안 풍경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하이난 여행 중 온천이 있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정확한 온천 이름은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에도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접 몸을 담가보니 물이 상당히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온천욕을 마친 뒤에는 피부가 매끈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숙소와 관광지를 미리 자세하게 알아보고 가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장소가 더욱 강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싼야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곳이 천애해각(天涯海角)이었습니다. 바다와 커다란 바위가 어우러진 곳으로, 당시에도 관광객들이 바위 주변에서 기념사진을 많이 찍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커다란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겼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관광지의 모습뿐 아니라 그 시절 여행할 때 입었던 옷과 신발까지 함께 남아 있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사진 속 제가 신고 있는 겨울 부츠는 이 여행의 잊지 못할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3. 바닷물에 망가진 새 부츠, 그리고 다시 가고 싶었던 하이난

하이난처럼 따뜻한 해변 지역을 겨울에 방문한다면 출발지 날씨만 생각하지 말고 현지에서 신을 편한 신발을 따로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추운 곳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새로 산 부츠를 그대로 신고 싼야 바닷가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바닷물이 닿아 젖은 뒤 부츠의 굽과 밑창 쪽이 떨어져버렸습니다.

새 부츠라 당시에는 정말 황당했습니다. 결국 이후 여행에서는 일반 구두를 신어야 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해변에서 편하게 신을 신발 하나를 따로 준비했겠지만 그때는 하이난의 따뜻한 날씨와 해변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온천에서 몸을 담그고 싼야의 바다와 천애해각까지 둘러보고 나니 한 가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식구들과 함께 와서 며칠 쉬면서 이런 풍경도 보고 온천도 즐기면 참 좋겠다.”

관광지를 하나 더 봤다는 것보다 좋은 장소를 만나니 자연스럽게 가족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정확한 날짜나 음식 이름, 온천 이름처럼 희미해진 기억도 많습니다. 하지만 겨울옷을 입고 처음 만났던 야자수, 온천물의 느낌, 천애해각의 커다란 바위와 바다, 그리고 바닷물에 망가져버린 새 부츠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여행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유명 관광지의 이름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