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에서 홍콩까지, 제품 하나 때문에 떠났던 비즈니스 출장
2016년 3월 31일 오전 9시, 저는 인천공항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지금 다시 당시 항공권을 꺼내보니 아시아나항공 OZ721편, 홍콩 도착시간은 오전 11시 50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 홍콩행은 일반적인 관광여행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몇 달 전 미국 유타에서 만났던 회사 관계자들을 다시 만나 제품의 한국 공급 가능성을 직접 이야기하기 위한 비즈니스 방문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제품이었기에 미국 유타에 이어 홍콩까지 찾아갔을까.”
지금 돌아보면 저 역시 꽤 적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 미국 유타에서 시작된 인연이 홍콩으로 이어지다
제가 그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 우연한 계기로 한 제품을 직접 접했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품을 접하는 과정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제품을 한국에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 하나의 사업으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해외에서 유행하는 제품 하나를 가져와 판매해보자는 생각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먼저 사용해보고 관심을 갖게 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한국에도 정식으로 공급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사업으로 연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생각이 결국 저를 미국 유타까지 움직이게 했고, 몇 달 뒤 다시 홍콩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당시의 사진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렇게 남아 있는 항공권 한 장을 보면 그때의 시간이 다시 떠오릅니다.
2. 홍콩의 회사에서 만나고, 호텔에서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한국에서 함께 간 일행과 미국에서 합류한 사람까지 모두 여섯 명이 움직였습니다. 영어로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온 일행이 통역도 도와주었습니다.
홍콩에 도착한 뒤에는 회사도 직접 방문했습니다.
미국 유타에서 만났던 인연을 몇 달 뒤 홍콩의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간을 정했습니다.
대표와 부사장이 머물던 호텔에서 만나 좀 더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것입니다.
호텔 이름은 이제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당시 호텔 로비에서 마주 앉아 제품의 한국 공급과 사업 방향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방향은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상대 회사가 운영하는 기존의 사업 방식에 단순히 참여하기보다는 제품을 한국에 정식으로 공급받아 국내에서 직접 사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생각과 조건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에서 온 일행이 통역을 도와주었고, 회사에서 잠깐 만났을 때보다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표와 부사장에게 직접 명함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종이 명함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명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명함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명함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명함을 꺼내 볼 때마다 그때 나눴던 대화들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릅니다.
사업은 제품만 보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그때 많이 배웠습니다.
3. 유타에서 홍콩까지, 결과보다 오래 남은 경험
홍콩에서 한 번 만났다고 모든 사업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로 원하는 조건과 사업 방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는 이후에도 계속 의견을 주고받기로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저희 사무실에서 미국 측 부사장과 화상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이메일도 이용했습니다.
언어 때문에 정확한 의사 전달이 필요한 부분은 통역을 도와주던 분을 통해 서로의 의견과 조건을 전달하면서 협의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처음 생각했던 방식대로 제품을 한국에 공급받아 사업으로 이어가는 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상대 회사에는 자신들의 원칙과 사정이 있었고 서로 맞춰야 할 조건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때의 경험을 실패라는 한 단어로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 제품을 직접 경험한 것을 계기로 가능성을 생각했고,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미국 유타까지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홍콩으로 건너가 회사를 방문하고 대표와 부사장을 만나 한국 공급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참 많이도 열심히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대표와 부사장을 만나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미국과 홍콩에서 다녔던 시간들을 담은 사진들이 전부 노트북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2017년에 그 노트북을 잃어버리면서 모든 사진과 기록들이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게는 이렇게 오래된 항공권과 그날의 금속·나무 명함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쩌면 사진이 없어졌기에 오히려 그때의 추억이 더 아틋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는 일도 있지만, 때로는 중간에서 멈춰 서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을 때 직접 찾아가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려고 했던 그 경험이 역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하나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10년 전 미국 유타에서 시작된 인연은 그렇게 2016년 홍콩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해 봅니다.
그때 제가 그 제품에서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면, 과연 사람을 만나기 위해 홍콩까지 찾아갔을까.
결과적으로 제가 바라던 사업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 직접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 설득했던 그 시간만큼은 지금도 제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