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유타로 가던 밤, 사막 한가운데서 멈춰버린 렌터카
미국에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지금도 유난히 생생하게 기억나는 밤이 있습니다. 일행과 함께 사업 일정으로 LA에서 유타로 이동하던 날입니다.
당시 여러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해서 일반 승용차가 아닌 큰 승합형 렌터카를 이용했습니다. LA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출발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그날 목적은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유타에 있는 회사와 공장을 방문하기 위해 밤새 이동해야 했습니다. 평범한 장거리 이동이라고 생각했던 그 길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를 겪게 됐습니다.
1. LA에서 출발해 라스베이거스의 불빛을 지나갔습니다
LA에서 유타로 향하는 길은 처음부터 캄캄한 사막길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LA에서 저녁을 먹은 뒤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큰 승합형 렌터카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I-15를 타고 라스베이거스 방향으로 계속 이동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부근을 지날 때는 해가 지고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던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화려한 불빛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건물마다 불빛이 반짝였고, 뉴욕을 연상시키는 건물과 자유의 여신상 같은 모습도 차 안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도로 옆으로는 결혼식에서나 볼 것 같은 길고 큰 리무진도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그때 라스베이거스에 들어가 관광한 것이 아니라 차 안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며 그대로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LA로 돌아오는 길에는 라스베이거스에 들러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지만, 유타로 향하던 이날은 목적지까지 계속 이동해야 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불빛이 점점 멀어지고 한참을 더 달리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주변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 뒤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사막과 긴 도로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저는 허리가 좋지 않아 승합차 뒤쪽에서 몸을 눕히다시피 하며 이동했습니다. 가끔 몸을 일으켜 밖을 바라보면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넓고 어두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뒤쪽에 타고 있던 일행들은 하나둘 잠이 들었습니다.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일행 한 사람은 깨어 있었고 차는 계속 유타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큰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2. 한밤중 사막 도로에서 갑자기 ‘덜컹’했습니다
조용히 달리던 승합차에서 갑자기 ‘덜컹’하는 큰 소리와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차량은 어느 정도 더 이동한 뒤 도로 옆에 멈춰 섰습니다. 확인해 보니 달리던 중 큰 동물과 충돌한 것이었습니다. 일행에게 물어보니 사슴과 부딪쳤다고 했습니다.
저는 충돌 순간 사슴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차가 멈춘 뒤 일행들이 한 사람씩 내려 차량 상태를 확인했고 저도 내려가 보았습니다. 차량 앞쪽을 살펴보니 그릴 부분에 상당히 큰 고기 덩어리가 끼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얼마나 큰 충돌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사고 직후 경찰에 전화를 했습니다.
일행들도 사고 상황을 확인한 뒤 계속 도로 밖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12월 밤이라 날씨도 추웠고 무엇보다 차량들이 달리는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다시 승합차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모두 차 안에서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운전자는 사고가 난 뒤 함부로 이동하지 않고 운전석에서 그대로 기다렸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얼마 후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경찰은 운전자에게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었고, 운전자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고 운전자에게 사고 경위를 묻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의 현장 확인이 끝난 뒤에는 사고 차량을 견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량보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우리 일행이었습니다. 늦은 밤 낯선 도로에서 여러 명의 일행을 어떻게 이동시킬지가 문제였습니다.
3. 사고 차량에 탄 채 견인돼 낯선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결국 그날 밤 우리는 사고가 난 승합차 안에 그대로 탄 채 견인차에 이끌려 이동했습니다.
당시 들은 이야기로는 사람이 탄 차량을 그대로 견인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늦은 밤이었고 주변에서 우리 일행이 함께 탈 다른 차량을 바로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경찰과 견인차 운전자가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를 가까운 곳으로 이동시키기로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어떤 시설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다만 견인차가 사고 차량과 함께 우리를 그곳까지 데려다주었고, 안으로 들어가 대체 렌터카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안에는 꽤 큰 로비 같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12월이어서 LA보다 훨씬 춥게 느껴졌고 안에는 벽난로가 켜져 있었습니다. 벽에는 동물을 박제해 놓은 모습도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이 지역에서 야생동물과 차량의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그런 동물을 박제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일행에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 전 큰 사슴과 충돌하는 사고를 직접 겪은 뒤라 벽난로와 함께 보았던 동물 박제의 모습도 유난히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동안 렌터카 회사가 보내주는 차량을 기다렸습니다.
얼마 후 대체 렌터카가 도착했습니다.
사고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새로 온 차량에 다시 짐을 싣고 일행 모두 차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밤중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를 뒤로하고 다시 유타로 가는 길에 올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