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이의 긴 대교와 유람선에서 바라본 마카오|오래된 여행 추억

 1999년 말 중국 남부를 여행하면서 여러 도시를 이동했습니다. 하이난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낸 기억도 특별했지만, 그다음 일정에서 만난 주하이(珠海)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그때는 전 세계가 밀레니엄(세기말)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묘한 설렘과 긴장감으로 들떠 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처럼 휴대전화로 위치를 확인하거나 사진을 수백 장씩 남기던 시절이 아니라 정확한 날짜와 세세한 일정은 희미해졌지만, 세기말 특유의 활기찬 공기와 맞물려 이상하게도 어떤 장면들은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어제 일처럼 선명합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며 건넜던 긴 다리, 마카오 반환 직후 분주했던 주하이와 마카오 경계의 밤풍경, 그리고 다음 날 유람선에서 건너편 마카오를 바라봤던 순간입니다.

1.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며 건넌 주하이대교

주하이에 도착해 처음 기억에 남은 것은 관광지가 아니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차를 타고 주하이 시내 쪽으로 이동했는데, 가는 길에 상당히 긴 다리를 건넜습니다. 당시에는 다리 이름까지 기억해 두지 않았지만, 차를 타고 한참을 건너가면서 “다리가 정말 길다”고 생각했던 기억만큼은 남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자료를 다시 찾아보고 당시 이동 경로와 모습을 확인해 보니 그 다리는 주하이대교(珠海大桥)였습니다. 주하이대교는 1993년 개통한 약 3.1km 길이의 교량으로, 주하이의 동서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축이었습니다. 당시 주하이공항 쪽에서 시내 방향으로 이동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주요 도로망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지금은 3km가 넘는 다리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도시가 확장되던 1999년 무렵 처음 주하이를 찾았던 제게는 넓은 도로와 긴 다리 자체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2. 밤에 바라본 주하이와 마카오의 경계

그날 저녁에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조금 특별한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하이와 마카오 사이를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갔는데, 넓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당시 안내를 해주던 분에게 필요한 통행증이나 증명서를 가진 사람들이 주하이와 마카오를 오간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곳은 주하이와 마카오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육로 출입경 지역인 공베이커우안(拱北口岸)과 당시 상황이 일치합니다.

특히 제가 방문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도 특별한 때였습니다. 포르투갈 통치를 받던 마카오가 1999년 12월 20일 중국에 반환된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공베이 일대에는 주하이와 마카오를 오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고, 새로운 출입경 건물도 그해 10월 문을 연 때였습니다.

그때는 그저 신기한 마음으로 바라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카오 반환이라는 큰 변화가 일어난 바로 그 무렵의 현장을 직접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사람들이 줄을 따라 들어가고 반대쪽에서는 또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던 그날 밤의 모습은 지금도 하나의 생생한 장면처럼 남아 있습니다.

3. 유람선을 타고 물 건너 마카오를 바라보다

다음 날에는 관광객들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마카오 쪽 풍경을 둘러봤습니다.

당시 주하이에는 배를 타고 마카오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마카오 환도유(澳门环岛游) 관광 코스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주하이 지역 자료를 보면 이 유람 관광은 1980년대부터 시작돼 1990년대에도 대표적인 관광상품 가운데 하나로 운영됐습니다. 제가 탔던 배에도 관광객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배 앞쪽에 서서 사진도 찍었는데 그 사진이 지금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배가 움직이면서 물 건너 마카오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안내방송에서 눈에 띄는 건물을 가리키며 마카오의 카지노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건물 위쪽에 독특한 모양의 장식이 있었던 것도 기억나지만,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정확히 어느 건물이었는지까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없는 건물 이름을 억지로 붙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시 유람선에서 마카오의 호텔과 카지노 건물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관련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주하이에서 배를 타고 물 건너 마카오를 바라보던 풍경은 당시 제게 상당히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4. 마무리|사진보다 선명한 기억의 조각들

지금 다시 생각하면 주하이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화려한 관광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며 건넜던 긴 주하이대교, 세기말 반환의 열기로 가득했던 밤의 공베이커우안, 그리고 유람선 위에서 바라봤던 마카오의 풍경이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오래된 여행 사진을 다시 찾아보고 글을 쓰다 보면 잊고 있었던 장면들이 하나씩 되살아납니다. 사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억 속에 남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더 소중하고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